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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XXX부를 떠난 뒤 XXXXX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이사장을 맡은 지 4개월 만에 에너지와 자원 분야에서 쌓아온 풍부한 정책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받아 XXXX부 XXXX으로 발탁됐다…….”

“……그는 XX 퇴임 후 4개월 만에 XXXXX 사장에 취임했다. 더욱이 KKK 사태 후 ‘관피아’ 척결 목소리가 커지면서 고위 관료 출신의 공공기관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다. 공모에 나섰을 때 주위에서는 어림없다고 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XXXXX가 YYYYYYYYYY을 위한 정부출연기관이라는 점과 일에 대한 진정성, 전문성이 있다는 점을 ZZZZZZ들에게 설명했다…….”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퇴직 후 전관예우 차원으로 공기업 사장과 산하기관장으로 가는 이들이 부임 인사 마냥 보도된 자료를 보면 재밌는 경력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위의 두 가지 예는 뉴스 라이브러리 검색을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사례다.

인용한 두 사람을 꼭 특정하여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고서라도, 우리나라는 전문가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이를 주도적으로 하는 곳이 하필이면 ‘공공 영역’이다. 전문가가 홀대받는 시절인게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브로커’의 전성시대가 왔다.

분야별 심각한 이슈가 터졌을 때 중앙행정부처 고위공무원이 윗선 지시로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하여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있다. 이때 회의에 참석하면 고위공무원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 모인 분들이 다 전문가시고 저는 행정공무원이고 잘 모르니 여러분들의 고견을 경청하여 잘 정리하여 대책에 반영하겠습니다.”

‘경청’의 자세를 견지하던 고위공무원은 ‘본사’의 경력을 끝내고 전관예우로 ‘하청 업체’의 기관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했을 때 내놓는 부임의 변은 이렇게 탈바꿈한다.

‘수십 년간 무슨 과, 무슨 과, BH(청와대)를 거치며 통상,산업, 에너지 전문가로서…’, 어느새 이들은 전문가로 탈바꿈한다.

전문가들 앞에서 ‘행정공무원’ 행세하던 이가 국민 앞에서 ‘전문가’로 탈바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런 걸 가리켜 ‘브로커’형 인재라 칭할만하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는 브로커형 인사들이 대우받고 전문가들이 홀대받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 사실, 브로커와 전문가는 양립하기가 참 어렵다. 왜냐하면, 브로커들은 고객 상대로 자신들은 ‘쉽게 설명할 능력이 있는 진짜 전문가’라 소개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에 얼토당토않은 경쟁관계에 있다. 이미 자신과 같은 사람이 전문가며, 고리타분하고 폐쇄적인 저들은 전문가가 아니라 대인관계도 원만치 못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혼자 옳다 주장하는 못난이라 자위한다. 쟤들은 그나마 자기 같은 진짜 전문가덕에 쓰임을 받는 팔푼이들이며 자기가 본사 근무시절에 불러주고 케어해줘서 그나마 밥벌이라도 하는 이라고 말이다. 협조적이지 않으면 언제나 날려 버릴 수 있는 시시한 자들이라고 말이다(이걸 가리켜 블랙리스트라 한다).

대개 전문가는 일반인에서 전문가까지 어느 누구를 만나도 전문가라 할 수 있어야 한다. 만나는 상대에 따라, 독자에 따라 달라지는 이들이 브로커의 전형이다. 브로커들은 국민과 ‘쩐주’ 앞에선 전문가요. 전문가 앞에선 ‘쩐주’로 행세한다.

막상 심각한 일이 터지면 전문가들은 혼자서도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반면에, 브로커들은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찾아서 물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구글링이나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설익고 틀린 잡설이라도 갖춰야 한다. 자신은 전문가라 자위하던 많은 사람들이 필자와 이야기해본 후에 자신은 브로커형 인재임을 각성하고 놀라는 모습을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브로커들은 고객과의 인맥이 탄탄히 잡혀 있어(전문가와의 네트워킹과 인맥이 아니다. 그들에겐 다루기 쉬운 전문가 화이트리스트와 다루기 힘든 전문가 블랙리스트만 있을 뿐이다), 언제든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 고객들을 위해 전문가들에게 ‘헐값에’ 묻고 해결책을 작화한 후 자신들이 고객들에게 낙제점 수준의 방책을 제안한다. 헐값으로 사온 부적절한 대응방안으로 말이다(여기서 지불력이 가장 큰 고객은 정부이다).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적 내용을 아전인수격으로 단순화하여 고객들을 미혹되게 한다. 대개 파업엔 공권력 투입으로 강경 대응을 선호하는 이들이 이들이다. 복잡한 문제에 임박하여 쩐주들에게 부정적인 건 덮고 긍정적인 것만 보여주며 매듭을 풀려하지 않고 매듭을 잘라버리는 게 바로 이들이다. 의사와 사무장 병원, 기업과 협회(조합), 산학연 기관과 고위공무원, 전문가와 협회 등 수 없이 많은 기관 대 기관 관계도 있다. 여기에 한술 더떠 최근엔 브로커형 싱크탱크도 등장한 상황이다. 자신들이 진짜 전문가라며 확보한 예산을 쥐고 그 일을 염가에 해줄 전문가들을 만나서 ‘쩐주’ 행세를 한다.

브로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임원 고위직과 브로커를 혼동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이 둘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전문가와 전업을 거쳐 올라가기 때문에 대부분이 전문가인 반면, 후자는 실제 그 분야 업력이 일천하거나 이해도가 바닥인 경우가 태반이다. 영입 케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최고 전문가’ 드립이 그들의 생존 방식이다. 이때 그들이 쓰기 좋은 ‘최고 전문가’의 탈 중 하나가 ‘미래학’이라는 정체불명의 학문이다.

브로커들은 앞서 이야기했듯, ‘쩐주’, 즉 지불능력이 있는 고객들 앞에서 어떤 어려운 것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가짜 석학’ 같은 사이비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전문가를 찾아갈 때, 제대로 된 댓가를 지불할 용의를 가진 양심적인 이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것이 소통, 네트워킹, 집단지성 그리고 XXX 대중화의 기치이다. 앞서 밝혔듯이 일반인, 정치인에겐 전문가 행세를 하고 전문가에겐 ‘쩐주’ 행세를 하며, 이들은 결국 야누스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사이비 전문가 위세를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배운 일천하고 알량한 지식의 편린으로 큰 소리 치고 다닌다. 그러면서 종종 표절과 지식도둑질이 일어난다.

▲야누스 조각상 /위키피디아 캡처

5년도 안 되어 대선판이 다시 열리다 보니, 유력 대선 후보들 사이에 소위 ‘전문가’ 영입이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된다. 그런데 그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전문가’란 소리가 무색할 정도며 ‘브로커’ 일색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여의도 문턱이 닳을 정도로 여의도 정치인들과 소통, 네트워킹, 대중 강의를 해오던 브로커들이었다. 전직 고위공무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개나 소나 자신이 전문가라 하며 브로커들이 자신의 있지도 않은 전문성에 기반한 ‘정책 제안’을 1000 페이지도 넘게 담아낸다. 있지도 않은 전문성을 과시하기 위해 편법으로 학회도 만들고, 정책협회, 재단도 우후죽순격으로 만들어진다. 이게 다 브로커형 인재들이 저지른 인재(人災)이다.

자고로 여기저기 뻔질나게 돌아다니는 게 전문가가 아니라, 엉덩이 무겁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게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대통령 혹은 장관이라 할지라도, 전문가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오라가라 하기 보다 각자의 영역에서 소임을 다 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서 자문 요청을 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싶다.

브로커로 넘쳐나고 진짜 전문가들은 점점 잊혀지고 있다. 아쉬운 세태다. 전문가 행세는 브로커들의 종특이다 보니, 이들은 사이비 전문가 행세를 빼놓지 않고 하게 된다. 가면갈수록 공공 영역에 이런 사이비 전문가들이 ‘쩐주’와 지불능력 있는 고객들이 야누스적인 브로커로써 자리잡게 되며 브로커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박철완의 IT 정담] 전문가를 몰아내는 ‘브로커형 인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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