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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재보궐 대통령을 뽑아야 할 때가 머지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급조된 ‘장미대선’이다 보니 어느 대선 캠프도 정상인 곳이 없을 정도로 허술하다. 가장 유력한 두 후보가 소속된 정당에도 부실한 정책은 뒤로 하고 불꽃 튀는 내부 정쟁만 있을 뿐이다. 선거 베테랑을 자처하는 사무처 당직자, 국회 사무처 소속 의원 보좌진들도 실제 선거 운동 중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처하면 어쩔 줄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일이 잦다.

이런 우왕좌왕이 결국 선두권 후보 캠프에서 터졌다. 이 이슈의 원흉(?)이 필자인 듯해 결자해지하는 심정으로 그간의 사정을 풀어보면, 19일 수요일 오전에 요즘 후킹 사이트로 인기절정인 ‘문 봉봉’(필자가 부르는 애칭) 정보를 둘러보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다. 

m****st.com, co.kr, net, kr이 이미 등록된 도메인으로 .com은 12일에 문 봉봉 사이트 제작 외주 업체가 등록했었다(자신들이 직접 밤을 지새우며 만들었다는 초기 해명은 아닌 듯하다). 17일, 18일에 ‘문 봉봉’의 트래픽이 올라가기 시작해서인지 두 개 도메인이 추가로 주인을 찾았다. 그 둘은 .net과 .kr이었다. 이 두 도메인은 문 봉봉과 무관한 도메인 파킹이라 일이 터지기 시작했다

.net은 안철수씨 홈페이지로 ‘리다이렉팅’됐고 .kr은 공무원 자격시험 무료자료로 ‘도메인 파킹’되어 필자가 봤을 때는 아직 빈 페이지 상태였다. 필자가 이 상황을 발견하고 도메인 방어도 못하는 문재인 캠프의 무능함에 한숨을 쉬고 .net 도메인 상황을 필자 페북에 12시 좀 넘어 올렸다. 몇 시간 동안 미팅 등으로 바쁜 와중에 문득 인터넷을 열었더니 난리가 났다.

‘문 봉봉이 해킹 당했다!’에서 ‘짝퉁 사이트다!’라는 이야기도 있고, 안철수 캠프 측에서 그 도메인을 사서 악의적으로 자기네 사이트로 트래픽을 유입시킨다며 난리가 난 거다. 문재인 캠프 쪽은 기세등등하게 ‘안철수 캠프는 비겁한 짓 하지 말고 당장 사과하라’는(정확한 표현은 이게 아니다) 식의 논평을 내고, 안철수 캠프에서도 ‘무슨 억지인가?’라며 대응 논평이 막 나오고 있었다.

필자가 올린 걸 사람들이 보고 여기저기에 퍼트린데 더해 문재인 캠프 쪽에 제보해 일이 커진 모양이었다. 황당해서 다시 .net 도메인을 접속해 본 필자는 눈 앞에 펼쳐진 사이트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m****st.net이 m****st.com으로 리다이렉팅되었다’

그런데 .net 도메인 소유자의 동의를 받기 전에 리다이렉팅되도록 무단으로 수정했다면 사실상 범죄행위로도 보이는 상황이었다. 전형적인 자충수였다.

안철수 캠프 쪽의 치졸한 행위라는 비난으로 넘쳐나는 소셜미디어를 보다가 살짝 공무원 자료 후킹용 .kr 도메인도 하나 있음을 올렸고 문캠을 드나드는 지인에게 이런 상황도 있으니 알려주라고 하니 캠프에 알린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더 어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공무원 시험 자료 관련 후킹 사이트로 준비 중이던 .kr도 문 봉봉으로 ‘리다이렉팅’이 되는 일이 일어났다. 필자가 칼럼을 쓰는 이 상황에도 .kr 도메인 주인은 타인이었다. 

저녁께 되어서야 조금씩 정리가 되며 .net 도메인 주인이 나타났고 첨부한 캡처와 같이 ‘문 봉봉’으로 연결은 종료됐다. .kr 도메인은 아직도 문재인 캠프로 ‘리다이렉팅’되는 상황이다(후일담으로 .kr 도메인 소유자는 문재인 지지자였다. 그래서 리다이렉팅이 원만히 협의됐다고 한다).

몇 시간 동안 일어난 이 황망한 사건은 ‘도메인 방어’라는 가장 기초적인 웹사이트 관리 원칙을 모르는 문외한들이 일으킨 참극이라 할 수 있다. 18일에 뒤늦게 .co.kr 도메인은 확보했지만 유사도메인 중 주요한 것을 다 뺏기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뒤늦게 문재인 캠프는 외주 제작 관리 업체에 의뢰해 관련 도메인을 싹쓸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도메인 싹쓸이는 해놓고 리다이렉팅은 또 안 걸어 놓는 엇박자 상황이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 캠프가 기초 수준 ‘도메인 방어’도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전략 사이트를 론칭했다. 거기에 더해, 통상적인 ‘도메인 파킹’을 유력 경쟁 후보인 안철수 캠프의 악질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논평을 내는 등, 상황 파악에 완벽하게 실패했으며 IT 기술 몰이해로 우왕좌왕한 건 엽기적 수준이다. 단순 ‘도메인 파킹’된 타인 소유 두 도메인을 자기들 사이트로 ‘리다이렉팅’하는 과정에도 좌충우돌하며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kr 도메인은 여전히 타인 소유인 상황에서 문 봉봉으로 리다이렉팅되나 frameset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원 주인이 입력한 페이지 제목이 여전히 보인다).

이건 뭐,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니 적이 쳐들어왔다고 상대국에 미사일을 쏘는 것과 다름 없다. 

문재인 캠프가 19일, 20일 이틀간 가장 기초적인 ‘도메인 방어’ 실패라는 하급 위기 대응에 실패한데 더해 자충수가 거듭되며 상황 파악 실패 등 악수만 거듭 두는 상황을 보며 적이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것밖에 안 되는 이들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방방곡곡에 외치고 다닌다. 

이런 문제가 문재인 캠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번 대선의 트렌드처럼 되고 있다, 경쟁 후보인 안철수 캠프도 ‘스모그 프리타워’에 관한 몰이해로 미세먼지 정책 수립에 큰 마이너스를 경험했고 문재인 캠프도 정책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우연찮게 필자가 던진 무심한 돌멩이 하나, 스트레스 테스트라 할 수도 없는 수준에 준비됐다던 유력 대선 후보 캠프가 맥 없이 이틀간 우왕좌왕하는 걸 보니 박근혜 정부 세월호 사고 같은 대형 참사가 혹여라도 다시 일어난다면, 다가올 새 정부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 지에 강한 회의가 든다. 기초적인 일조차 파악 못하고 대응에 실패한 이들이 세월호 같은 전대미문의 참사를 잘 대처할 리는 없다.

여기에 더해, 단순한 도메인 파킹도 모르고 상대 경쟁 후보의 악의적 네거티브로 간주하는 논평과 지지자들 반응을 보면 이들이 외치는 정보통신부 부활, 액티브 엑스와 공인인증서 폐지 등은 몰이해에 기반한 공허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싶다. 하물며 멋드러지게 만든 미세먼지 포스터가 있다 해서 그게 미세먼지가 해결할 리는 만무하다. 

만일 법이 허용한다면 6개월 정도 대선 후보들이 더 준비해 대선을 치르는 게 차라리 낫다 싶을 정도로 각 대선 캠프에는 무능이 만연해 있다. 20일도 채 남지않은 재보궐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유력 대선 후보와 그 캠프의 무능함에 국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찍을만한 후보는 없다. 최악과 차악만이 남은 선거도 참 오랜만이다.


▲moon1st.com 사이트 캡처


▲‘공무원시험 자격증 시험 무료자료’ 후킹 사이트로 쓰던 흔적이 남은 moon1st.kr 흔적. / 사이트 캡처

▲Frameset으로 moon1st.com을 가져오는 moon1st.kr 페이지 소스

▲moon1st.com으로 더 이상 리다이렉팅되지 않는 moon1st.net 도메인 접속 에러 문구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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