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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A: 일본 카피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개발 결과로 포장

한 작은 업체 대표가 있었다. 원래 가내 수공업 수준의 개인 사업자로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IMF 외환위기 때 정리해고되며 자영업의 길로 들어섰다. 한동안 자영업하며 힘들게 버티다가 ‘헤어나올 수 없는 마성의 세계’를 우연히 경험한 후 법인을 하나 세워 호기롭게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분이 경험한 마성의 세계는 바로 ‘산업 국가 연구개발(R&D)’였다.

이 업체 대표의 시작은 정말 미약했다.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특허가 출원됐다가 이제는 공개 상태로 넘어간 흔한 기술로 작게 사업을 해볼까 하고 시작한 게 실마리였다. 그 기술은 십수 년 전에 잠시 유행했던 IT 제품에 쓰였다가 업계에선 매력을 잃어 흘러간 구세대 기술 중 하나였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몰라도 별거 아닌 흘러간 기술로 유행에 맞춘 제품에 적용해 개발해보려 하던 차에 그 업체 대표는 우연히 유사 정출연인 민간 연구소 하나와 인연이 닿았다.

대개 그러했듯, 연구원과 잦은 교류를 하다 보니 국가 R&D 과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됐고 용기와 객기가 함께 솟아났다. 별거 아니지만, 기술을 가진 업체 대표와 이미 아이디어도 없고 정체성도 사라진 ‘과제 기술자’의 환상적인 의기투합은 자연스럽게 국가 R&D 과제 제안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십수 년 전에 개발되어 이미 공개된 특허에 근간한 것이라 사실상 ‘일본 카피 기술’이 미약했기 때문에 억이 조금 넘는 소액 연구비 획득을 목표로 한 ‘산업 국가 R&D’ 과제 제안 준비 태세를 갖추었다.

첫 과제는 일억도 안 되는 소액 과제라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일본 카피 기술로 뚝딱뚝딱 그리 많지 않은 페이퍼 작업과 한 시간도 안 되는 평가를 거쳐 지원이 결정됐다. 다행히(?) 평가위원들은 비전문가들이 평가를 들어오는 게 오랜 국가 R&D 평가 관리 관행이라 ‘십수 년 전에 이미 발표된 일본 카피 기술’임에도 그걸 아는 평가위원은 없었고 덕담까지 들어가며 원천성과 중복성 검토도 무사히 통과해 지원받는데 성공했다.

유사 정출연 연구원이 과제 책임자로 낸 과제라 업체는 과제비 전액은 받을 수 없었지만, 몇천만 원을 이렇게 쉽게 나눠 받아 쓸 방법이 있다는데 대해 반색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일본 카피 기술을 조금 더 손봐서 하는 거니 시작품 수준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소재만 조금 바꾸면 되는 일이었다. 업체 대표의 과제 경험은 짧았지만, 연구원은 ‘과제 기술자’라 과제가 일단 선정이 되고 나니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미 투자 유치용 시작품도 있어서 결과 평가 때 무난하게 성공 판정을 받았다.

국가 R&D 연구 책임자였던 유사 정출연 연구원은 그해 그 분야 한국 최고의 전문가로 언론 지상에 대서특필됐었다. 그 연구원은 처음 해 본 분야임에도 매체에 보도될 때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독창적으로 녹아 있어 해외 투자자들과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현란한 워딩을 거침 없이 구사했고 그 워딩은 전파를 타고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마성의 ‘산업 국가 R&D’는 무럭무럭 연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제 덕에 간간이 해외 유수 IT 전시회에도 나가 기술력(?)을 과시했다. 어느 전시회 출품 때는 여당 모 여성 국회의원도 부스에 와 칭찬하기에 이르렀고 그 업체 홈페이지에 당당하게 제품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작은 업체였음에도, ‘일본 카피 기술’로 투자 심사와 평가도 무난히 통과해 자금을 당겨와 벤처단지에 작은 부동산도 하나 마련했다. 처음 했던 국가 R&D 초기 결과가 여기저기 매체 보도가 되면서 멋모르는 이들이 연락 오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구미가 확 당기는 제안이 하나 들어왔다. 같은 분야의 대형 ‘산업 국가 R&D’ 과제를 수행하는 중견기업이 억대의 돈을 줄 테니 당신들이 지금 만든 시작품의 설계도, 해외 전시회 출품자료, 그리고 시작품 등을 평가용으로 빌려줄 수 있냐는 제안을 했고 업체 대표는 솔깃하여 제공에 동의했다.

게다가 이미 수행 중인 과제와 평가 시기가 겹쳐서 동일 내용으로 평가를 받더라도 실적 중복을 잡아낼 만한 눈 좋고 실력 좋은 전문가가 우리나라엔 없는 분야이니 걱정할 거 없다는 설득도 주효했다.

결국, 괜찮은 딜이라 생각해 요청받은 것을 부담 없이 유상으로 제공했고 그들은 그들대로, 업체 대표는 업체 대표대로 같은 시작품으로 한 달 사이에 각자의 과제 결과 평가를 무사히 받았다. 여당 모 국회의원이 대형 산업 국가 R&D 개발 결과를 칭찬했다는 그럴듯한 평판도 당연히 재활용돼서 말이다.

이 작은 업체가 억대 초반을 받고 제공한 결과는 업체 대표가 유사 정출연과 수행한 작은 과제와 같은 시기에 총 개발비 수백억 원이 투입된 대형 국가 R&D 연구의 핵심 개발 내용 성공 사례로도 보고된 셈이다.

업체의 해외 전시회 출품 또한 대형 사업의 결과로 중복되어 보고됐으나 이의 제기할만한 수준의 전문가는 평가에 참여하지 못했다. 게다가 기술료 징수 과제이기 때문에 연구 수행 내용은 비공개 요청을 했다. 이것으로 무사히(?) 과제는 종료됐고 후환은 방비 되었다. 누구도 열람할 수 없는 연구 결과가 된 것이다.

같은 내용이 한편으로는 억대 부근 연구의 결과로, 다른 한편으로는 수십억~ 수백억 원이 투입된 연구 개발의 핵심 결과로 보고됐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대형과제 쪽은 그해 대통령 보고 핵심으로 한 줄 들어갔고 한⋅중⋅일 기술격차 조사 때 한국 기술력 과시의 주요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

후일담으로, 별거 아닌 자기네 일본 카피 시작품이 연이어 ‘산업 국가 R&D’ 핵심 연구 결과로 보고된 데 고무된 업체 대표는 그걸로 네댓 곳에 팔아 보려 시도했다. 소액이지만, 나름 성공적으로 엑셀러레이터들로부터 유치했다.

시작품 수준으로 살짝 계획서와 스펙만 바꾸어 연간 수억원을 요청하는 ‘산업 국가 R&D’ 개발 사업에 응모했지만, 기술력 자체가 없는 작은 업체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수행 역량 부족과 중복성 문제로 후속 과제는 선정되지 못했다고 한다.

사례 B: 어느 쌈박한 산업 R&D의 민낯

여느 때와 같이 어느 기업 관계자가 필자에게 ‘특정 이차전지 기술’의 장래성을 묻는 상담 의뢰가 들어왔다. 필자는 듣고 먼저 반문했다.

“그거 왜 해요? 이미 상용화되어 파는 게 그것보다 가격도 싸고 물성도 훨씬 좋아요. 특이하고 다르긴 해도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무의미하고 시간 낭비입니다. 무엇보다 그거 십수 년 전에 나온 논문 결과로 다시 유행이 와서 해외에서도 모르고 투자하는 돈 먹는 하마여요.”

그리고서, 조심스레 이어 물어봤다.

“그런데, 그거…, XXXX 기술 개발 사업에서 비슷한 걸 YY 에서 한다고 제안한 게 어처구니 없이 평가가 통과되어 하는 거 같던데… 그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시잖아요. 혹시 관계 있으세요?”

기업 관계자도 필자의 이야기를 듣더니 아마 말씀하신 바로 그 ‘산업 국가 R&D’ 개발 사업이 관련될 듯하다며, 자신들이 ‘을’ 입장이기에 혹시라도 이 기술이 가능성이 있다면, 갑인 그곳이 지네가 하지 못해 의뢰한 거라 한번 개발해보고 싶다고 해 잘라서 이야기해줬다.

“미안하지만, 과거에도 종종 있던 일인데 아주 악질적인 수법입니다. 그러지 말고 원래 하시던 것에 집중하는 게 결국 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기업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냥 정중하게 능력이 안 되어 못한다고 거절하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 또한 정부에서 야심차게 투자해 수행하는 모 국가 R&D 사업의 핵심 수행 내용이다. 해외의 모 벤처가 흘러간 구세대 폐기 수준 기술을 갖고 시작해 국내에도 유행이 잠시 다시 온 전지 관련 기술인데, 실현 가능성이 없으며 외려 십수 년 전에 이미 시도됐다가 실패했고 논문 두어 편 나오는 거로 그쳤었다.

‘과제 기술자’가 기술력 없이 수백억 원대의 연구비를 수주한 후, 돈을 쥐고 그 과제 결과를 소액으로 혹은 갑을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을 기업에 개발 요구를 하는 상황인게다. 다행히 시도 전에 틀어막았지만, 주관기관의 제2, 제3의 연구 하도급을 찾는 노력은 계속되리라 본다.

일상화된 저급한 연구 하도급과 숨은 대리 연구 노동

수십억~수백억 원이 투입된 산업 R&D에서 사실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위의 사례 두 가지는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며 참여기업도 아니고 위탁기관도 아닌 형태로 이뤄지는 관행이다.

연구하지 않은 민간 유사 정출연 직원이 과제 책임자를 절차상 맡았다 하여 난생 처음 해 본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행세한다. 직접 실험해서 연구해 보지도 않은 분야의 국내 전문가로 각종 기술 로드맵에 참여하다가 종국에는 비선실세와 관피아,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이권 공유로 국가과학기술 자문위원으로까지도 올라간 예도 흔치 않게 발견된다.

이에 반해, 수백억 원이 투입된 국가 R&D 과제의 핵심 연구 내용 수행에 실제 이바지한 이들은 과제계획서에도 존재하지 않고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될’ 숨은 대리 연구 노동을 한 이들이 된다. 이게 무슨, 국가 R&D의 ‘비선실세’도 아니고 황망하기 짝이 없다. 챙긴 거라도 대단하면 비선실세이겠지만, 그냥 소액으로 저급한 연구 하도급을 했거나 갑을 관계에 엮여 무의미한 ‘숨은 대리 연구 노동’을 한 것으로 끝난다.

과제 계획서에 명시된 과제 책임자와 연구원들은 연구 기간 내내 일과시간에도 스타크래프트 같은 온라인 오락만 하고 식사 시간엔 각자 알아서 혼밥, 혼술을 챙겨 먹고 그날 그 시각에 어떤 연구가 진행됐는지 알지도 못한다. 혹여라도 과제 도중에 실제 개발자를 알고 화제 에피소드를 아는 누군가가 저 작은 업체 혹은 중견 기업이 실제로 ‘그 연구’를 한 ‘비선실세’냐 물어 보면, 저 작은 업체 혹은 중견 기업이 실험하다가 화재가 나서 난리가 난 그 시각에 연구차 출장간다고 나와 청담동 일대에서 혼밥+혼술을 즐겼던 ‘과제 계획서상 연구 책임자’이자 그 분야의 세계적인 가짜 석학은 이렇게 말한다.

“저 업체는 그냥 우리 연구소, 우리 대기업의 ‘무수리 시종, 시녀’같은 듣보잡 협력사에 불과하다. 저 작은 곳이 뭘 할 수 있겠느냐? 외려, 저 업체가 우리 기술을 도용해서 쓴다고 하여 안 그래도 고소할까 벼르고 있던 참이다.”

이윽고 평가철이 되면 이들이 소액을 받고 만들어 준 부품 소재나 제품을 갖고 발표 문서만 멋지게 만들어 평가장에 가서 손을 들어 미래를 보여주는 대가인 양 이야기한다.

이 기술은 자기가 미국 학회 차 가던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고 착안한 아이디어를 갖고 구현한 거라고 말이다. 이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총 사업비가 수십억원이 들 정도였겠냐는 말을 덧붙이는 걸 잊지 않는다. 정말, 벤젠 구조를 꿈 속에서 본 원자 뱀들의 춤에 착안한 케쿨레 형님이 들으면 아이고! 형님하고 버선발로 달려와 반길 정도로 드라마틱한 연구 일화를 읊조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게 다 뜬구름 같은 허상이다.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 산업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하도급과 재하도급 병폐가 국가 R&D에서 똑같이 일어난다.

무너지는 산업 국가 R&D, 눈먼 돈의 끝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연구 개발을 하지 못하고, 국가 공동체의 일환이니 동반성장이란 핑계로 국가 시책과 정책에 협조할 것을 요구당하는 건 정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어느 정부에나 있긴 했다. 역량이 되지 못하는 연구원과 교수들은 그 핑계로 기획된 수십억 원 짜리 산업 국가 R&D 과제를 수주하고도 연구를 않거나 못할 상황에 봉착한 걸 종종 본 적이 있다.

한때는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이란 이름으로, 그다음은 ‘차세대’를 ‘신’을 치환하여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그리고 마침내 이를 축약해 성장동력을 빼고 ‘신사업’이라고 한 후, 신사업의 결과로 에너지신산업 같은 형태를 추진하고자 해온 게 우리 산업 국가 R&D의 민낯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마찬가지로 산업 R&D의 큰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이란 중장기 계획에 근거해 로드맵이 그려지고 경주하게 됐다.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 결과가 기간산업에 더해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한 ‘XXXX 사업’을 하기 위해 국가 공무원들은 전문가들을 위촉해 밤을 새워가며 머리를 짜내던 때가 있었다. 그나마 실질적으로 돌아가던 때가 있긴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한 듯싶다.

산업 전반이 성장동력을 잃어 가니 정부로서도 선택과 집중하자고 내세울 만 한 게 마땅히 없을 정도다. 전시행정으로라도 내세울 밑천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과 상생을 꾀하라 했지만 이게 늘 잘 되진 않는다. 한때는 80% 정도는 제대로 돌아가고 20% 정도가 전시 행정의 결과고 문제 사업이었다면, 요즘은 50% 정도도 제대로 안 돌아가면서 전시 행정의 결과로 화장된 수준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다.

배터리 전기차만 하더라도 이미 EPA 기준으로 1회 충전 후 최대 400km 달릴 수 있는 2세대 전기차가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5년 후 1회 충전 후 최대 400km 달릴 수 있는 2세대 전기차용 핵심 부품 소재를 개발한다는 연구 개발 사업을 집권 여당 산업위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검토도 못 하고 주저 없이 예산안 지원을 승인한다. 이들에게 국가 R&D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를 자격시험을 치르게 한다면 낙제할 게 분명하다.

심지어 타 개발 사업의 결과로 이미 보고된 내용이 중복성 검토를 무난히 통과해 지원되고 있다. 총 사업비로 수백억 원이 지원됨에도 불구하고 사업화 계획도 강제된 목표가 아니므로 위의 두 사례 같이 뜯어 확인할 도리도 없을 정체불명의 시작품으로 5년 후 성공적인 결과 평가받으면 끝이다. 그리고 또 앵무새처럼 정부 지원이 부족해 소재 국산화율이 낮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인사들이 착복하고 헛되이 소모했다 주장된 국가 예산 낭비보다 훨씬 큰 규모의 국민 세금이 ‘산업 국가 R&D’라는 핑계로 훨씬 큰 규모로 일상적으로 낭비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일상적인 낭비’를 줄이고 없애는 게 국가 R&D 개혁의 시작이다. 방향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게 문제다.

필자도 개인적 입장으로는 진즉에 사법시험을 봐서 영감님 소리를 듣는 길로 나선 게 현명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태어나 기술입국을 앞세운 관제 교육 덕에 이공계를 와서 연구개발을 하며 이런 지저분한 꼴을 봐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고 괴롭기까지 하다.

일반 국민이 순수하고 깨끗할 거로 생각하는 이공계가 외려 어쭙잖은 정치판으로 전락한 지가 오래다. 대선 때만 되면 ‘선수’들이 자신들이 한국 과학 기술의 대표선수라며 갖은 협회와 연합체를 만들어 각 대선 캠프에 드나든다. 이들 뒤엔 언제나 비자금을 제공하는 이들이 있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덕분에 괴소문으로 흉흉하다.

전공이 정치라 핀잔들으며 정권마다 태세 전환에 능하던 모 기관장들 관련 기업도 ‘산업 국가 R&D’란 미명 하에 지원된 연구비를 받아 실제 연구하지 않고 늘 가짜 시작품으로 결과 평가를 받아 착복한 횡령자금을 차곡차곡 모아 지하경제 ‘활성화’에 성공해 작은 건물을 하나 지어 올린 이 이야기는 도시 전설 축에도 못 든다.

‘산업 국가 R&D’의 일환인 기술이전으로 한 몫 본 모 교수는 ‘술집 내연녀 건’으로 학교가 발칵 뒤집혔던 적도 있을 정도로 타국의 국가 R&D에 비해 우리나라의 ‘산업 국가 R&D’에 부패가 일상적으로 만연되어 있다. 정치인들 내연녀 사건 뺨치는 수준이다.

이 비난을 받은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항변한다. 산업화 시절의 국가 R&D가 더하면 더했지 지금보다 덜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산업 국가 R&D’의 어두운 이면은 이미 지하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했고 정치권까지 줄이 닿아 있다.

실제 연구하지 않는 ‘과제 기술자’들이 실적 좋고 실력 없는 가짜 석학 행세하며 정부 정책에 관여하는 걸 여러 해 함께 한 고위 공무원들도 언젠가부터 여기에 편승하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전개됐다. 행정 사무관, 서기관을 거쳐 고위직까지 하고 은퇴한 고위 공무원들은 행정 공무원 시절엔 각 분야 ‘전문가’를 모시고 업무를 수행했던 이들이 산하기관장으로 부임하며 ‘그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아 공기업 사장으로, 거기에 더 나가 정출연 원장으로 공직 은퇴 후의 ‘전관예우’를 받는다.

심지어, 이공계 교수직도 식은 죽 먹기다. 국가 R&D를 수백억 원대 수행하고도 각종 이권과 거액의 돈을 챙기지 못한 필자 같은 사람은 어리석고 세상살이 잘못한다고 그들은 뒷말한다. 이건 내연녀 하나쯤 못 가져보고 일과 가정에 충실한 학자들과 ‘저위직’, ‘고위직’ 동료 공무원들을 실적 좋고 실력 없는 가짜 석학과 정권 실세의 줄을 타서 청와대 연락관 등을 거쳐 부처 핵심으로 활동하는 ‘관피아’들이 외려 우습게 보고 고지식하다고 손가락질하고 나무라는 격이다.

사실상, 비위와 비정상의 일상화인 거다. 이 모든 게 눈먼 돈 헤게모니를 누가 잡고 있느냐에서 출발한다. 눈먼 돈인 ‘산업 국가 R&D’의 막장 끝은 세계 최고의 기술 개발에 이은 기술 이전 후 주가 조작으로 이어진다. 모뉴엘로 국민에게 알려진 ‘가장 수출 거래’가 사실은 원조가 따로 있고 갖은 연구 비위 비화 때 이름이 오르내리던 V사였음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다.

살아남기 위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특별 검사로 위촉된 박영수 특별검사가 한때는 연구 비위를 제대로 털어낸 저승사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박영수 중수부장이 부임했던 시절인 2005년경에 대학교 연구 비위 근절을 위해 역대급 일제 단속이 있었다.

사실상, 전무후무한 ‘연구 비위와의 전쟁’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고 전국의 학연이 호떡집에 불난 듯 들썩였다. 이때만큼 제대로 국가 R&D의 민낯이 드러난 적이 없었다 평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었다. 당시 박영수 중수부장이 이끌던 대검 중수부의 일제 단속으로 서울대의 연구 비위 관련자들이 다 처벌받으면 학교의 폐쇄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엄정한 검찰발 경고가 언론 지상에 나올 정도였다.

당시 ‘연구 비위와의 전쟁’이 안타까웠던 점을 하나 꼽는다면 ‘산업 국가 R&D’ 쪽은 사정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그때 ‘산업 국가 R&D’도 일제 단속되어 바닥까지 파헤쳐지며 청소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렇게 방치된 ‘산업 국가 R&D’의 문제는 점점 더 극악한 상황으로 빠져서 이미 투자 자문 기관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사이에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산업 국가 R&D’ 성과를 갖고 투자 유치를 꾀하는 곳은 일단 뒤에 미뤄 둘 정도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특히, 가장거래 수준이나 상사로의 매출만 있는 ‘무늬만 제조업체’들이 산업화의 망령 마냥 ‘산업 국가 R&D’로 명맥을 유지하며 전시 행정의 첨병으로 일조하는 좀비 업체들도 너무나도 많다. 이들은 판교에 건물을 올린 W사와 같은 세렌디피가 자신들에게도 오길 소망하고 소망한다.

국가 R&D, 특히 ‘산업 국가 R&D’의 부패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긴 하다. 사람들이 모이고 사회가 형성되는 한 부패는 언제나 집안의 먼지처럼 여기저기서 부유한다. 그렇다 해서 이대로 보고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 산업화의 망령에 불과한 ‘산업 국가 R&D’를 이제는 접고 국가 R&D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박철완의 IT 정담] 연구하지 않아도 결과가 창조되는 산업 국가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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