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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이차전지 중 가장 먼저 상용화를 시도한 것은 리튬금속 이차전지였다. 캐나다 몰리 에너지에서 휴대전화용으로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쓴 리튬금속 이차전지를 채용했다가 소비자가 통화하던 중에 안면 부근에서 ‘폭발’한 사고(※ 이 사고야말로 진정한 ‘폭발’이었다)가 있었다. 이 사고로 리튬금속 이차전지 제조사였던 몰리 에너지는 파산하게 되어 일본으로 인수되었다가 결국 대만 쪽으로 넘어갔다. 이 사건으로 리튬 이차전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임이 부각되게 한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차세대 혹은 고성능 이차전지는 미래없다
‘안전한’ 리튬 이차전지를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는데, 하나는 ‘리튬 금속이 없는’ 이차전지였고, 다른 하나는 ‘리튬 금속은 있어도 안전한’ 이차전지였다. 전자는 소니에너지텍(당시 회사명)에 의해 ‘리튬이온 테크놀로지’라 통칭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 개발과 상업화로 귀결되었으며, 이후에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라는 형제 기술도 소니에너지텍에 의해 개발되었다. 후자는 ‘리튬금속폴리머 이차전지’라 하여 ‘당시로선’ 가장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기대됐던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그대로 쓰며 전해질로 이온 전도성 고상 고분자를 채용하여 시도했었다. 전자는 일본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후자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한 방 맞은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앞지르기 차세대 전략’으로 진행되며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이러한 선택은 20년 이상 일본과 그 주변국을 고성능 이차전지 종주국 및 선진국으로 비상시키고, 유럽과 미국을 고성능 이차전지 후진국으로 전락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죽은 리튬의 사회
1989년 몰리 에너지를 파산에 이르게 한 리튬금속 이차전지의 안전성 문제는 ‘리튬 금속’의 문제였다. 리튬 금속은 녹는점이 섭씨 180도 부근인데다 ‘말랑말랑’해서 리튬금속을 음극으로 쓴 전지는 일차, 이차전지 공통으로 물리적 충격이나 고온에 노출되었을 때, 리튬금속이 변형되거나 녹으면서 단락이 발생하여 최악에는 폭발까지 일어난다. 일차전지는 그나마 괜찮은데, 이차전지의 음극으로 활용하는 순간 새로운 재앙이 시작된다. 교과서적인 표현을 빌자면, 이차전지이기 때문에 거듭된 충방전을 하다 보면 반드시 ‘덴드라이트(Dendrite)’ 가 만들어져 분리막을 건너 ‘양극과 음극의 잘못된 만남’을 성사시키고 만다. 즉, 단락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문제는 ‘덴드라이트에 의한 단락 유발’은 리튬금속 이차전지의 가장 사소한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더욱더 무시무시한 것이 기다리고 있다.

이 문제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바로 ‘죽은 리튬’이라고 부르는 ‘리튬 미분(미세분말)’의 발생이다. 이건 교과서나 논문에 다룬 책이 드물 정도로 잘 나오지 않는데다 십수 년 전에나 심각하게 이야기하다가 리튬이온 이차전지 탄생과 함께 침잠되어 있는, 진짜 전문가들만 이야기하는 이슈다. 하지만 리튬금속 이차전지가 문제되면 결국 다시 수면 위에 올라오는 주제였다. ‘죽은 리튬’은 리튬금속 특유의 은빛 색이 아니고 미분 특유의 검은 색을 띠는데, 리튬 전착/전해 효율이 ‘100%’일 때만 발생하지 않는다. 가령 전착/전해 효율이 99.9%이어서 수십, 수백 사이클 충방전을 돌리면 ‘죽은 리튬’이 반드시 발생해 리튬금속 이차전지 내 어디서나 ‘유령’처럼 떠돌다가 결국엔 대형 사고로 귀결된다.

역설적으로 ‘죽은 리튬’이 많이 만들어지는 조건에서는 전착/전해를 반복한 리튬금속 표면에서 ‘덴드라이트’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단한 성취를 이룬 듯 ​유수 저널에 게재되는, 결국 리튬 이차전지 쪽 초학자들이 아주 자주 범하는 ‘고의적’ 실수이자, ‘의도치 않은’ 데이터 마사징의 원인이었다. 그래서 액체 전해질을 쓰는 리튬금속 이차전지는 예나 지금이나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부분에 착안하여 ‘그럼 액체가 아닌 전해질을 쓰면 될 거 아니냐’ 하고 시도된 게 리튬금속폴리머 이차전지였다.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리튬금속폴리머 이차전지도 고체 전해질과 리튬 금속 자체의 한계로 인해 완전히 실패하면서 미국과 유럽에 오랫동안 ‘고성능 이차전지 흑역사’를 선사했다고 다시 한 번 언급하겠다.)

‘죽은 리튬’ 문제는 그 자체 안전 문제에 더해, 앞서 언급한 전착/전해 효율이 100%가 된다는 건 불가능하므로 활물질로서의 리튬금속 손실도 일어난다. 이차전지로 실용성을 얻기 위해서는 양극 활물질 대비 2배 이상 과량을 넣어 셀 밸런스를 구성해야 해서 ‘Turnover Frequency(number), TOF’로 필요한 ‘과량’을 계산하여 설계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말이다. ‘죽은 리튬’으로 인해 2배 이상의 리튬 금속을 활물질로 쓴다는 말은 음극활물질의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이 문제는 양극 활물질 이슈는 차치하고서라도, 리튬금속 이차전지의 높은 에너지 밀도가 실제 전지에서 과연 구현될 수 있을까에 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이 케이스는 리튬이온 이차전지 초창기에는 2배 이상의 리튬 금속을 쓰더라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에너지 밀도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미 시대가 지난 기술이란 뜻이기도 하다. 리튬 금속이 에너지 밀도가 높다란 말은 십수 년 전에나 통하던 철 지난 개념이다.

또한 금속의 전착/전해를 이차전지의 전극 반응으로 하여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이차전지는 이차전지 역사상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리튬금속 이차전지가 안전성 문제와 함께 그나마 장점으로 내세우던 높은 에너지 밀도도 실험실에서 잘못된 연구가 운 좋게 논문으로 나간 것을 금과옥조로 믿고 기업들이 연구하기엔 문제가 너무나도 심각하다. 이외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하나하나 지적하기 시작하면 몇 달이 걸려도 부족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며 대표적인 문제점만 보더라도 리튬금속 이차전지는 ‘앞지르기 차세대 전략’에 썼다가 유럽과 미국 쪽이 이차전지 후진국으로 전락한 흑역사를 잘 설명해준다.

한국의 이차전지 기초・원천 연구는 10년 전보다 확실히 퇴보했다
사실, 필자가 [박철완의 IT정담] 위기의 한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을 진단한다란 칼럼을 쓰게 된 게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단을 총괄하여 운영한 후 점점 동력이 떨어지는 이차전지 연구 부문을 우려하던 차에 ‘촉매제’와도 같은 다음의 자료를 구해 본 ‘덕분’이었다. 그건 바로 미래부가 더민주 신경민 의원실에 제출한 《기후변화대응 6대 기술 R&D 성과 토론회》 발표 자료였다. 그 내용을 보면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과장된 허세의 기초 연구는 이차전지의 기초가 뭔지를 묵살하는 수준이었고, 그냥 ‘민주적’으로 ‘임자 있는’ 과제가 나눠먹기식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과연 이 이차전지 연구를 통할할 ‘기술 로드맵’이란 게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무의미해보였다.

‘Stiff(우리말로, ‘뻣뻣한’)’한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를 외려 ‘Flexible(우리말로, ‘구부릴 수 있는’)’하게 만들겠다는 황당한 연구(※ 실험실 수준의 ‘박막전지’로 스마트폰 같은 Mobile IT와 배터리 전기차에 쓸 수 있다는 헛된 주장이기도 했다)를 누군가 제안하여 수백 억의 연구비를 낭비했다는 말을 들은 이래로, 또다시 실망스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었다.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 모여 기초 연구에 매진하여도 부족한 마당에 주어진 기회에 각자의 골방에서 청중없이 골방환상곡을 연주하는 수준과 다를 바 없다. 기초 연구가 이렇게 산으로 가면 1990년대 중반의 유럽과 미국 흑역사 전철을 우리도 결국 밟을 수 밖에 없다.
거창하고 멋진 제목만 믿고 표를 구매해서 본 후 속았다 싶었던 영화를 떠올리게 한 과제의 후속 사업(※ 필자가 중간 실사 때 담당 간사에게 문제 과제로 중단 의견을 냈던 과제였다)도 버젓이 살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리튬이온 이차전지 고도화 부분의 ‘고속 충방전 기술’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에서 자유 과제로 지원한 3개 과제와의 중복성 여부도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한 대로의 ‘미국과 유럽 이차전지의 흑역사’ 주역인 리튬금속 이차전지는 상업화된 리튬이온 이차전지와도 경쟁 우위를 절대 점할 수 없는 ‘철 지난’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부언하자면, 과거에도 진부하고 철 지났다 평가되어 지원 탈락됐던 비리튬계 이차전지 과제들
(리튬(금속) 설퍼, 리튬(금속) 에어, 마그네슘(이온) 이차전지 등)이 우리 이차전지 산업의 차세대와 미래라 하기엔 문제가 너무 많다. 리튬이온 이차전지 쪽도 제대로 못 하는 우리 상황에선 말이다.

특히 학연계 일각에서 ‘최신 기술’이라며 백억 이상의 국가 R&D 연구비를 이미 투입한 리튬(금속) 에어 이차전지는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를 사칭하며 ‘최신 연구 동향’ 운운하며 벌인 참사에 가깝다. 리튬(금속) 에어 이차전지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이미 2002년에 ‘해외에서 날아온 팩스 한 장 보고서’로 회자하는 엽기적인 연구실패 사건으로 악명 높았다(첨부 그림 참조). 오랜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과를 내지 못할 ‘한참 전에 철 지난’ 기술이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얼마 전에는 필자의 석사 논문 주제에 있던 활물질이 20여 년 만에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이차전지 신기술’로 포장되어 저널에 게재된 후 한 후학이 떠들고 다니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실적 좋고 실력 없는 가짜 석학'([박철완의 IT정담] 실적 좋고 실력 없는 가짜 석학의 시대 참조)들의 낯 뜨겁고 과장된 언론 홍보만이 반복될 뿐이다(※ 이들이 ‘최신기술’이라 주장하는 이유는 난생처음 나온 것이니 아는 사람도 없고 많이 부족해도 용인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전 ‘쉴드’다).

▲기후변화대응 6대 기술 R&D 성과발표회 – 이차전지 – / 미래부, 더민주 신경민 의원실

 

▲2012년 이후 진행된 교과부, 미래부 2016년 R&D 투자계획 및 전략 요약 / 미래부, 더민주 신경민 의원실

 

▲’최신 기술’이라 알려진 리튬(금속)에어 이차전지는 2002년에 한국 국가 R&D에서 진행했다 실패한 대표적 사례.

기초 없이 차세대와 첨단 연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보다 못했던 과거의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비교해도 비교열위에 있었던 ‘진부한’ 이차전지 기술들이 더욱 발전한 현재의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나을 리는 만무하다. 분명한 건 지금 미래부가 지원하는 과제 중 하나 정도 말고는 대부분이 ‘사실상’ 실패하고 국가 예산 낭비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목표와 목적을 혼동하고 있고, 근거 없이 장밋빛 희망만 나열되어 있다.

그냥 2012년 이후의 교과부, 미래부 ‘이차전지’ R&D는 늪에 빠져 있었다 봐도 무리가 아니다. 저 정도 수준이면 성과는 ‘실적으로의 논문과 특허’ 이외에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기존 이차전지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목표라 주장하면서,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이미 뛰어 넘은 구태스런 기술들만이 염치도 없이 우선 순위 높은 과제로 배치되어 있는 걸 보니 참담하다는 게다. 국민들 볼 낯이 없다.

15년 정도 전에도 몇 군데의 정출연이 합쳐서 수백억 원에 가까운 국가 R&D 자금으로 수행한 연구 주제도 바로 ‘리튬금속폴리머 이차전지’였었다.

그 결과도 굳이 부언하지 않아도 참담하다. 남은 게 없다. 그래서 한국의 이차전지 쪽 학연은 도태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리튬금속폴리머 이차전지’ 개발이라며 세부 과제로 ‘흑연계 음극재 성능 평가’와 ‘300 ~ 400 mAh/g 급의 양극 활물질 개발’을 하여 성공했다고 한 것도 코미디 수준이었다(※ 위에 예시한 세부과제는 리튬금속 이차전지용으로 쓸 수 없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용 전극 활물질이었다).

그나마 「리튬이온 이차전지 신소재 기초∙원천기술 연구」에서라도 연구목표가 2012년부터 정말 제대로 달성되어 있었다면, 이번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스마트폰 이상 과열 사건은 원인과 해결책이 골든타임 전에 이차전지 학⋅연에 의해 제시되었을 거다. 입으로만 기초∙원천을 외치는 자칭 이차전지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번 사건에서 거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이들 일부는 ‘삼성SDI 셀의 분리막이 ATL 셀의 그것보다 매우 얇아 (※ 절반 이하라는 주장도 있었다.) 문제가 있어 ‘단락’이 일어나 발화가 일어났다’는 ‘신박하고도 독특한’ 주장을 했다. 이는 전지 기초가 부족한 선무당이 전문가 행세를 한 것에 불과하다(※ 이 부분은 결국 ATL 셀과 삼성SDI 셀의 분리막 두께가 각각 5 um, 6 um로, 외려 ATL이 더 얇음이 모 통신사 취재로 확인되어 버렸다). 이 모든 게 기초 부족으로 일어난 촌극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튬이온 이차전지 기초도 박약한 이들이 지금 집중하는 ‘앞지르기 차세대 전략’이 리튬금속 이차전지 계열이다. 이건 기초 없는 초등학생이 편미분 방정식을 풀겠다는 꼴이다.

기초, 차세대, 내용 없는 ‘3무’의 한국 이차전지 기초 연구가 갈 길은?
2000년대 초반, 지금은 ‘이차전지 석학’으로 이름을 드높이는 모 대학교 교수와 저녁 식사를 하다가 두어 가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실험실을 공장처럼 돌려 ‘공장형 논문’을 양산 중이라 학생들이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고, 공동연구를 하던 차에 의도치 않게 재학생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해 준 적이 있었던 탓에 입바른 소리를 좀 에둘러 하기로 했었다(※ 요즘도 후학들의 제자들이 필자에게 상담 요청을 하는 건 흔한 일이다).

나: “A 교수님, 20, 30년 쯤 지나면 우리 리튬 이차전지 쪽에서 누가 대가로 평가받을 거라 생각합니까?”
A: “글쎄요. B 혹은 C 교수님 정도가 세월이 흐르면 그렇게 평가받지 않을까요?”
나: “아뇨. 제가 보기엔 D 교수님 쪽이 결국 가장 강성해질 겁니다.”
A: “아니, 왜요? 그 사람은 전지 소재도, 전기화학도 잘 모르는데, 박 박사님도 아시다시피 E 박사 등과 연관된 논문 조작 등 문제도 많고 연구의 외연과 깊이를 확장시킬 능력이 안 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하시나요?”
나: “그 사람, 연구 문제가 심각하고 무능력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탁월한 하나의 재능이 있습니다. 그 사람 방에서 석, 박사를 한 아이들 대부분이 MIT, 하버드, 스탠포드 등 미국 명문대학교에 박사 혹은 박사 후 과정으로 갔습니다. 한국 학계 특성 상, 십수 년 후에 우리 학계에 가장 많은 교수 제자를 거느릴만한 사람이 그 분입니다. 그 분이 학회장 정도 할 연배가 됐을 때, 제자 군단들이 그 분을 옹립할만 합니다. 학계의 대가는 혼자 잘나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잘 키워 놓은 제자와 후학들에 의해 그 분의 말년은 따뜻할 거 같아요. A 교수님도 그러셨으면 좋겠네요.”

듣기 싫은 소리 한 게 미안해서 아이디어 부족으로 허덕이는 A 교수께 공동연구 차원으로 양극활물질 아이디어 하나를 ‘투척’해드렸다. 그때 공동연구차 드렸던 아이디어가 바로 경사기능재료(functionally gradient materials, FGM)였다(※이게 입자상 소재에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다. 특히 저온에서 ‘그래디언트’를 구현했다 하더라도 굳이 그걸 적용하지 않아도 성능이 잘 나오는 소재인 경우도 많으며, 무엇보다도 거듭된 충방전에 의해 ‘그래디언트’가 붕괴한다. 이는 장기 안정성 및 신뢰성 테스트를 해보면 확실히 티가 난다). 기초가 없으니 양성된 후학들도 어디서 배워야 할 지 모르고 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된다. 악순환인게다. 새로운 소재와 기술이 진짜 나왔으면 하는 열망만 커져 가고 있다.

기초가 무너진 한국 이차전지 연구가 다시 본궤도에 오르는 걸 볼 수 있을지에 관한 기대를 이제는 접어야 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소형 전지 세계 1위인 삼성SDI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번 갤럭시 노트 7 사건이 설령 배터리 문제가 아닌 것으로 귀결된다 하더라도 이미 골든타임은 지났다. 무너진 후 회복에 드는 노력과 투자는 수백 배여도 부족하다. 기초 부족이 더 절실한 이유이다. 십수 년 전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어 무너질 뻔한 상황([박철완의 IT정담] 위기의 한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을 진단한다 참조)을 딛고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단으로 도약의 전기를 만들었듯이, 잘못된 연구비 투자는 지금에라도 아예 중단하는 것도 한 번쯤 심각하게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전교 100등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전교 1등도 하고 서울대, MIT, 스탠포드 쯤은 갈 수 있지 않겠냐는 막연한 무한긍정의 결과가 작금의 현실이다.
‘안전성도 없고 철 지난 기술’과 ‘난제 기술’을 혼동하지 말도록 하자. 막차 시간이 다가온다.

 

[박철완의 IT정담] 죽은 리튬의 사회…기초, 차세대, 내용 없는 ‘3무’의 한국 이차전지 기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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