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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주, 이상민, 이상민, 오세정’.

이 이름을 본 순간, 누가 연상되는가? 옆 사람을 잡고 한 번씩 물어보라. 민병주는 누구지? 음… 패스. 이상민 하면 아, 룰라! 아닌가? 농구선수? 둘 다인가? 마지막으로 오세정이라 하면 아하! SS501 규종이의 이상형 오세정!? 아닌가? (여튼 이상민은 홍진호도 아닌데 2번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들에겐 민병주는 누군지 도무지 안 떠오르고 이상민, 오세정 하면 위에 이야기한 사람들이 맞다.

하지만 평소 국회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민병주는 새누리당 19대 비례대표 1번 초선(전직)이고, 이상민은 더민주의 20대 4선 의원(현직)이다. 마지막으로 오세정은 국민의당 20대 비례대표 초선이다. 이 정도만 알아도 초급 정치 덕후다.
▲ 6월 13일 20대 국회 개원 후 18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선출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자 그럼 말 나온 김에 퀴즈를 하나 내보자.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그리고 이상민 의원이 두 번 언급된 이유는?

이들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의안으로 대표발의했던 전현직 의원으로, 제안 내용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일부를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지이며 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면 그게 국가의 연구역량 극대화로 이어진다는 취지를 주장하고 있다.

민 전 의원은 2013년 2월 5일(19대)에, 이 의원은 2013년 9월 4일(19대), 2016년 6월 28일(20대)에, 마지막으로 오 의원은 2016년 6월 30일(20대)에 총 4회 발의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제안되었지만 모두 ‘제4조제2항제4조 신설’을 목표로 한 같은 시도라 봐도 무방하다. 그동안 바뀐 것은 기초과학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그리고 카이스트, 지스트, 디지스트, 유니스트 등과 같은 특정연구기관도 포함됐을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19대 때 민 전 의원과 이 의원 법안발의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기관 본연의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곤란하다고는 보기 힘들다.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므로, 경영 합리화, 운영 투명화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검토보고서는 한국과학기술원 같은 특정연구기관 등 유사 성격 기관도 존재하므로 현 테두리 안에서 특수성을 고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끝맺고 있다.(물론 이 마지막 사유를 곡해해서, 그렇다면 특정연구기관들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해달라는 호방한(?) 법안을 오 의원이 6월 30일에 발의한 상태이다.) 즉, 기타공공기관 제외는 안 된다는 말이다.

국회 검토보고서의 논조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기타공공기관 제외를 요구하는 ‘네 번의 도전’이 합리적이고 시대적 대세에 부합되는 법안발의가 부패한 정부와 정치에 부당하게 계속 좌절된 게 아니다. 기타공공기관의 테두리를 벗어난 유사 정부출연연구기관(정출연)은 산피아들의 낙하산 취업장으로 전락했고 ‘산업부 행정관료 출신 연구원장’이란 코미디가 자행되고 있다. 유사 정출연 조직인 산업부 산하 민간전문생산기술연구소가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되며 희대의 연구 참사로 빚어진 게 벌써 10년이 된 나노이미지센서 사건이다. 자율이 주어졌다 해서 연구역량이 증대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연구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2005년 7월, 서울공대 연구 비위를 수사한 검사 한 명은 “연구비 횡령에 연루된 서울대 교수 전원을 사법처리할 경우 학교가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비리가 관행이 돼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 R&D는 건강함을 되찾았을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게다가 기법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국가 R&D 정부 출연금은 ‘눈먼 돈’이란 말은 산학연에 공공연히 도는 자조 섞인 이야기다. 국가 R&D 자금 밀어주고 5∼10% 리베이트성 대가를 받는 국가공무원도 있는 실정이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거면 차라리 국가 R&D를 없애는 게 낫지 않느냐는 극단적인 의견도 있다. 심지어 그 돈을 복지예산에 쓰는 게 차라리 국가발전에 낫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국가 R&D에 투입되는 정부 출연금은 어려운 시절의 ‘집안 맏아들 대학교 등록금’과도 같은 쌈짓돈이다. 줄줄이 딸린 자식들에게 고기 사 먹이면 잠깐은 배부르겠지만 그래도 큰형이 대학교를 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해 크게 벌어오라고 아껴 모아준 돈과도 같단 말이다. 자각 없는 학연 일각의 사이비들은 국가 R&D 정부 출연금을 ‘grant’ 형태로 주고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까지 망언을 쏟아낸다.

이와 같은 맥락이 정부출연연구소(원)의 기타공공기관 해제인 것이고, 이는 외려 연구절벽을 가속화하는 연구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이번 이 의원, 오 의원의 연이은 ‘기타공공기관 해제’ 법안 발의에 희망에 부풀어 있는 정부출연연구소(원)의 구성원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건 그냥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대개 그 대상들이 ‘우매하다’ 생각될 때 구사하는 저급한 정치 전략이다. 좀 더 정밀하고 구체적인 정부출연연구소(원)의 생태계 개선안이 체계적으로 나온 후 입법 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기타공공기관 제외보다 하나로 통합하여 연구는 국가연구원, 평가관리는 국가연구평가관리원, 이런 식으로 가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20대 국회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다시 연구가 포퓰리즘에 휩쓸리게 되면 연구절벽은 더욱더 빨리 가까이 온다. 아끼는 후배 하나와 만나면 종종 하는 이야기로 글을 맺을까 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자. 이게 포퓰리즘 극복의 시작이다.”

박철완 전기화학자

차세대전지 성장동력사업단을 책임 운영하였고, 산자부 지정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을 지냈다. 책 <그린카 콘서트>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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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연구포퓰리즘, 대한민국의 연구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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